[특파원 칼럼] 뉴욕의 크리스마스 스토리텔링

입력 2023-12-18 18:05   수정 2023-12-19 00:20

미국 뉴욕의 크리스마스는 영화의 단골 소재다. 고전 중엔 케리 그랜트와 데버라 카가 출연했던 ‘러브 어페어’가 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또한 배경이 뉴욕의 크리스마스다. 그렇다면 뉴요커들은 뉴욕의 크리스마스를 영화처럼 즐길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엄청난 수의 관광객이 뉴욕의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모여들면서 정작 뉴요커들은 주말이나 연휴에 맨해튼 시내로 나가기 힘들다. 맨해튼 42번가와 47번가 사이 타임스스퀘어를 비롯해 유명 백화점이 몰려 있는 곳은 주말마다 차량 출입이 차단된다.
관광상품이 된 크리스마스
숙박비와 브로드웨이의 공연료도 평소보다 1.5배에서 2배 이상으로 치솟는다. 관광객들에겐 화장실 찾는 것도 고역이다. 일반 건물들은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식당 화장실 또한 음식을 먹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맨해튼의 제1 관광 팁은 ‘기회가 될 때마다 무조건 화장실에 들러야 한다’다.

그런데도 전 세계 사람들이 뉴욕의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몰려오는 걸 보면 뉴욕의 힘이라는 게 느껴진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뉴욕시 전체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 록펠러센터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외부에서 들여올 때부터 점등식을 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관광상품으로 만든다. 해당 나무가 어떤 지역에서 누구의 기부로 오게 됐으며,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에 다는 별 모양의 ‘트리 토퍼’를 비롯한 장식들에 관련된 사연까지 ‘스토리텔링’으로 엮고 방송으로 내보낸다.

올해는 록펠러센터의 수석 정원사인 에릭 파우즈가 크리스마스트리로 쓰인 노르웨이 가문비나무를 소개했다. 올해 크리스마스트리는 뉴욕주 베스털에 사는 매트와 재키 맥긴리 부부가 기부한 것으로 높이 24.3m에 무게는 약 12t이다.
일자리 34만 개 창출
뉴욕관광청은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새로 문을 열거나 리모델링한 호텔과 식당을 프레젠테이션한다. 지난 10월 열린 한 공연장 개장 간담회에선 레스토랑의 대표까지 데려와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뉴욕관광청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소유한 서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늘면서 아시아 관광객과 거주민들이 심리적인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한다는 취지에서다.

굳이 열심히 홍보하지 않아도 관광객이 몰릴 것 같은 뉴욕시가 나무 하나에까지 의미를 부여하면서 관광산업에 신경 쓰는 이유는 수치에서 드러난다. 2022년 뉴욕을 방문한 전 세계 관광객 수는 총 5670만 명이었다. 관광객 수 사상 최고치를 찍은 2019년의 85%까지 회복했다. 관광산업은 연간 681억달러의 경제적 효과와 62억달러의 지방세 수입을 창출한다. 관광산업이 창출한 일자리만 연간 34만4000개다.

뉴욕관광청은 최근 들어 맨해튼뿐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는 브루클린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뉴욕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몰려들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지방자치단체와 관광청이 들이는 노력이 대단하다. 한국에서 관광산업 육성을 희망하는 지자체들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뉴욕의 크리스마스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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